알림센터
한국건물위생관리협회는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환경을 지킵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5/09/01/LQMEOQGTNBDWFFHPI3E3STOICA/
“급성 장염에 걸렸는데도 화장실 청소를 해놓은 뒤에야 반차 쓰고 병원에 갔어요. 하루 다 쉬면 동료가 이 넓은 곳을 다 치워야 하는데….”
청소 노동자 A(59)씨는 매일 오전 6시 서울 강남경찰서로 출근해 화장실 청소로 하루를 시작한다. 지하 3층부터 지상 3층까지 화장실 6개가 A씨 담당이다. 세면대와 거울을 닦고 40개가 넘는 변기 청소를 마쳐도 쉴 틈은 없다. 오전 9시 민원인 방문이 시작되기 전 로비 바닥을 쓸고 닦아 놔야 한다. 화장실을 오가며 막힌 변기를 뚫고, 계단을 치우다 보면 하루가 간다. A씨는 “아침·점심 시간 외엔 거의 쉴 수가 없고 식사도 빨리 끝내야 한다”고 했다.
서울 지역 경찰서에 고용된 청소 노동자들이 업무 과중을 호소하고 있다. 경찰청이 31일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서울 지역 경찰서 31곳의 청소 인력 1명당 담당 평균 연면적은 3065㎡(약 927평)이었다. 이는 한국건물위생관리협회가 산출한 1인당 적정 청소 면적(990㎡·약 300평)의 3배를 넘는다. 한국건물위생관리협회는 4시간 일할 때마다 30분 이상 휴식을 보장하게 하는 근로기준법을 근거로 한 명이 감당할 수 있는 적정 권고 면적을 990㎡로 산출했다.
서울 지역 최대 경찰서인 강남서는 한 명이 매일 2141평(7078㎡)이 넘는 면적을 담당하고 있다. 권고 면적의 7배가 넘는다. 축구장 3개를 합친 크기(연면적 2만1236㎡)의 강남서에 고용된 청소 노동자는 단 세 명이다. 금천경찰서(연면적 6342㎡)도 단 두 명이 본관과 별관 건물을 모두 담당하고 있다. 한국건물위생관리협회 관계자는 “이렇게 넓은 면적을 다 치우려면 쉴 시간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문재인 정부 시절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0)’ 기조에 따라 청소 인력을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한 이후론 인력을 조정하는 게 힘들어졌다는 입장이다. 이전에는 경찰서와 계약을 맺은 용역 업체가 상황에 따라 파견 인력을 유연하게 조절해 왔다. 일이 많을 경우 인원을 늘리고 적을 경우 줄이는 게 쉬웠다.
그러나 각 경찰서에 소속된 청소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돼 인력 한 사람당 예산 규모가 책정·확정된 뒤로는 어려워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청소 인력이 정규직이 된 뒤로 청소 인력을 늘리기 위해선 추가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며 “그런데 기재부로부터 추가 예산을 배정받기 쉽지 않다”고 했다.
최근 몇 년간 경찰서들이 규모를 넓혀 신청사로 옮겨 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강남·금천·강서서 등은 2017~2020년 순서대로 확장 이전을 했는데 청소 인력은 그대로였다. 이 때문에 경찰 안팎에선 “청소 인력을 추가로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청소 인력이 상대적으로 많은 경찰서에서 부족한 경찰서로 인원을 조정하는 방식도 불가능하다. 경찰청이 아닌 일선 각 경찰서가 노동자들과 무기 계약직 계약을 맺은 탓에 근무지를 옮기도록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청소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경찰서 ‘살림’을 맡고 있는 경무계 경찰관들도 청소 업무에 투입된다. 강남서 경찰관들은 직접 마대를 들고 복도 청소를 거드는 게 일상이 됐다고 한다. 한 경찰관은 “비만 오면 양말을 벗고 빗물받이에 쌓인 담배꽁초를 걷어낸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는데도 그만두는 청소 노동자들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강남서에서 일하는 청소 인력 3명은 모두 최근 2년 사이 새롭게 충원됐다. 작년 4월부터 강남서에서 일하고 있는 B(54)씨는 “이전 직장보다 너무 청소할 곳이 많아 손가락과 손목이 안 쑤시는 곳이 없다”고 했다.
서울뿐만이 아니다. 대구서부경찰서는 7층짜리 청사를 2명이 청소하고 있다. 대구서부서 관계자는 “건물 전체를 매일 청소할 수 없어 화장실과 복도 청소는 격일로, 분리수거는 2~3일에 한 번씩 하는 방식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경찰은 청소부 증원을 위한 예산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장기적으론 1인당 적정 청소 인력 규모를 명시한 법이나 제도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출처: 조선일보 기사(사회> 사회일반), 강지은 기자, 김도균 기자>